전자책과 눈 피로도 (E ink and visual fatigue)

Posted by 보더라인
2017. 2. 23. 16:17 E book life

배경지식 : 반사형 액정이란 컴퓨터 모니터인 LCD나 LED와 달리 back light (백라이트) 가 없으며,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외부 광원이 있어야만이 읽을 수 있는 액정을 말한다. (이 글에서는 기술적인 면은 다루지 않았다.) E ink display가 대표적인 예이며, E ink display를 채택한 대표적인 기기는 아마존 킨들 시리즈 (Amazon kindle)가 유명하고 국내에는 크레마 시리즈, 리디 페이퍼 시리즈 등이 있다.


반사형 액정 (E ink나 픽셀치등)을 사용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도대체 이걸 왜 쓰냐?"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흑백 액정에 반응속도는 비 경험자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다. 멋진 컬러삽화가 들어가 있는 출판물도 후줄근한 흑백명암비로 표현해버리는 것이 때로는 못마땅하다.


어느날 주변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픽셀치 모니터를 보면서 책을 읽고 있었더니, 친구가 나도 한번 보여달라해서 보여줬다. 1분정도 보고 난 후의 반응은 "난 이게 LCD보다 눈이 더아프다. 침침해서 더 안보여" 라고  했다.


전자책에 대한 오해 : 명암비와 눈피로도는 다른 개념이다.


아직 제대로 설명을 하기에는 내 지식이 좀 부족하지만, 전자책으로 인한 눈 피로는 명암비로 인해서 잘 안보이는 침침함과는 달리 생각해야한다. 명암비가 낮은 것은 회색 바탕의 종이에 검은 글씨를 인쇄해서 보는것이고, 명암비가 높은 것은 새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를 인쇄해서 보는 것과 같다. 명암비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눈이 피로하지는 않다. 다만 문자식별이 조금 어려우므로 가독성이 떨어질 수는 있겠다.


액정으로 인한 눈피로도는 확실히 빛의 강도와 관련되어 있다.


이전부터 왜 빛 방출형 액정 (light emitting display - 근본없이 지어낸 말)이 반사형 액정에 비해서 눈피로가 높은지를 고민해봤다. 일단 전자책의 display구성을 바꾼다거나 -어두운 색으로 변경- 액정 자체의 밝기를 낮추는 것으로 눈피로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걸로 보아, 확실히 빛의 강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빛의 파장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LCD로 독서를 할 때 배경색을 좀더 어두운 색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눈의 피로도가 확실히 감소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것처럼 청색광은 적색광에 비해서 많은 에너지를 가진 파장이다. 백색광은 모든 파장을 가지고 있는 파장이다. 그러므로 백색광에는 청색광이 포함되어 있고, 여기서 청색광을 배제하는 것만으로 (배경색을 바꾼다는 말) 눈의 피로도가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동공의 크기와 연관이 있다.

 


 

주변조명에 따라서 사람의 동공의 크기는 달라진다. 같은 정도의 빛이 방출되더라도 동공이 작으면 망막에 도달하는 빛이 적어지고 상대적으로 피로감을 덜 느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LCD와 같은 방출형 액정은 보통 주변조명보다 밝은 빛을 내보내기 때문에 동공 크기가 (액정 밝기에 비해) 충분히 작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망막에 도달하는 빛이 증가되어 눈 피로감이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액정밝기를 아주아주 낮추게 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결국 눈 피로감이 발생하곤 하는데 (대신 오랜 시간동안 견딜 수 있다. 종이책만큼은 아니다.) 이 부분은 나도 아직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하고 있다.


동공의 크기와 관련한 또다른 인자들


눈피로를 줄이기 위해서 어두운 배경색인 검은 바탕에 흰글씨를 설정해놓고 스마트폰으로 독서하기를 즐겨하는 편이다. 그런데 자기전에 독서를 하게 되면 이 설정이 오히려 독으로 다가온다. 방에 불을 끈 상태이고 주변조명은 없다. 그리고 배경색도 검은 색이기 때문에 동공이 상대적으로 커진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하얀색 글자를 읽게 되면 눈부심 외에도 번짐현상 (blurring)이 발생한다. 빛번짐 현상은 구면수차현상의 일종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reference는 제 머리속 상상...) 이 현상으로 인해 눈 피로가 더 증폭되는 것을 경험한다. 참고로 구면수차란 별을 볼때 주변에 무리현상이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되는데, 동공이 커진 경우에는 이러한 구면수차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 된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https://phet.colorado.edu/sims/html/bending-light/latest/bending-light_en.html 의 prism simulator를 이용했다.)

 

LCD에 대한 피로도가 심한 사람은 무엇이 문제일까?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눈피로도가 상당히 심하다. 아직까지는 이런 눈피로도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한 이론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관련 논문을 몇 가지 읽어봐도 LCD와 E ink간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하는 논문도 몇개 보이는데...그런데 이런 논문들을 잘 읽어보면 몇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약점이 몇가지 있는 결론이라고 생각이 된다. 종이책과 전자책, LCD를 비교한 논문소개는 다음에 시간이 되면 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개인적인 경험인지라 별로 설득력은 없지만 빛 방출형 액정에 대해 유독 눈피로가 심한 사람들은 1. 망망의 빛 감수성이 너무 예민하거나, 2. 조리개역할을 하는 동공반사에 취약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방출된 빛 (emitting light)과 반사된 빛 (reflected light)간에 어떤 속성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LCD가 더 좋아. 하지만 제대로 읽으려면 종이지!! -_-??


전자책 독서를 비웃는 친구들도 정말 집중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 있을 때는 인쇄를 하곤한다. 물론 시험공부나 전공서적은 이리저리 페이지를 옮겨다니고 필기도 해야하므로 나도 무조건 종이로 본다. 그러나 10페이지 미만의 자료를 볼 때 (대충 보는거 말고 집중해서 다 읽을 때) 결국 대부분이 종이로 뽑곤 한다. 그러나 글쓴이는 먼저 반사형 전자책으로 읽다가, 정말 내용이 소중해지면 그제서야 종이로 뽑는다. 그러므로 빛 방출형액정이 더 좋다고 하는 친구들도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책이 취미가 아닌 사람이 많아서 평소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거나, 빛 감수성이 덜 예민해서 나보다 오랜 시간동안 LCD독서를 해도 큰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해결방법은 기술의 발전 

그러나 이렇게 갑론을박에 벌어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완전한 반사형 액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컬러구현이 가능하고, 반응속도가 LCD만큼 빠르며, 운영체제가 대중적인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전자책을 값싸게 공급이 가능하다면 누구인들 쓰지 않을까 싶다. 여기까지는 아직 바라지도 않으니, 흑백 전자잉크 모니터라도 적당한 가격에 빠른 상용화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