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과 눈피로도 (3) - 눈부심 (glare)
2편에서 거울반사를 일으킨 빛이 눈부심을 유발한다고 했다. 눈부심에 대해서 조사를 하다보니, 눈부심이라는 용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의미보다 조금 더 광범위한 뜻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러한 큰 의미의 눈부심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때의 눈 피로를 또다른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어 글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눈부심 (glare)이란 무엇인가?
눈부심 현상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눈부심을 말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눈부심 (glare)은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다른 밝기를 내는 물체 간의 대비 (contrast)로 인해 초래되는 주관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형광등을 바라볼 때 눈부심을 느끼는 이유는, 형광등의 밝기와 주변의 밝기가 달라서 대비 (contrast)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눈부심은 부적절한 광원의 존재로 인해 발생한다. 동공을 포함한 눈의 광학시스템은 일반적으로 한 단계의 밝기에 적응이 가능하다. 낮은 수준의 밝기에 적응하여 동공이 상대적으로 확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훨씬 높은 수준의 광원을 직접 보면 눈부심이 발생하는 것이다.
눈부심의 종류 : 불능 눈부심 (Disability glare)과 불쾌 눈부심 (Discomfort glare)
운전을 하다가 태양을 정면에서 보게되면 눈부심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게 된다. 이런 경우를 불능 눈부심 (disability glare)라고 한다. 혹은, 형광등 아래에서 책을 보는데, 책의 표면이 반질반질해서 형광등이 표면에 반사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글씨를 식별할 수 없다면 불능 눈부심이다. 반면에, 형광등의 반사로 명암비가 감소하였지만, 식별은 가능한 상태를 불쾌 눈부심 (discomfort glare)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연광이이나 인공형광등 아래서 생활을 할 때, 직접적으로 광원을 보지만 않는다면, 눈부심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반질반질한 표면에 의해서 광원을 직접 보지 않아도 눈부심이 일어나기도 한다.
빛 방출형 액정 (light emitting display)은 그 자체가 광원이다.
LCD를 예로 들면 백라이트 (back light)에서 나온 빛이 편광판을 통과하여 화면을 출력하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니터를 볼 때 광원을 직접 보고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빛 방출형 액정(광원)은 주변과 대비 (contrast)를 형성한다.
광원은 주변과 대비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대비는 눈부심을 야기한다. 눈부심의 정의를 떠올려보자. LCD라는 광원의 존재는 주변환경과의 대비 (contrast)를 형성하여 눈부심을 유발한다. 모니터 밝기가 눈을 못 뜰 정도로 밝을 일은 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눈부심은 불쾌눈부심이다. 액정의 밝기가 높으면 대비가 높아져서 높은 수준의 눈부심이 초래될 것이다. 액정의 밝기를 낮추면 대비가 낮아져서 낮은 수준의 눈부심이 초래될 것이다.
지속적인 불쾌 눈부심은 부적절한 신체반응을 초래한다.
지속적인 불쾌눈부심이 발생하고, 이것이 장기화되면 두통이나 안구통증, 안구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눈부심이 일종의 멀미현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멀미는 시각신호와 반고리관의 불일치가 지속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눈부심 현상은 하나의 수준에 적응한 광학 시스템이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의 광원을 보게되어 생기는, 불일치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주변의 밝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광원을 우리 눈이 인식하게 되면 눈부심이 발생하는 것이다.
똑같은 차를 타고가도 멀미를 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이 있듯이, 멀미의 역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눈부심 또한, 똑같은 밝기의 빛 방출형 액정을 지속적으로 보더라도, 눈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안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액정의 밝기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많은 사람들이 눈부심을 느끼게 될것이다. 액정의 밝기를 낮추면, 어떤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눈부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
일반적으로 컴퓨터나 태블릿을 사용할 때, 두가지 원인에 의해서 눈부심이 발생한다. 첫번째는 지금까지 설명한 밝기의 부조화이다. 주변의 밝기와 다른 수준의 밝기를 가진 광원이 만나면 대비 (contrast)를 형성하게 되고, 이는 광학 시스템을 혼란시키며, 과도한 빛이 들어오게 된다. 두번째는 지난 글에서 설명한 표면의 문제이다. 보통 타블렛의 표면은 매끄럽고 반사가 잘되는 매끈한 표면 (smooth surface)를 가지고 있다. 이로인해 거울반사 (specular reflection)가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두가지 원인 모두 눈부심 (glare)을 야기한다.
그러면 눈부심을 줄이려면 두가지 원인을 해결하면 될것이다. 거울반사를 막기 위해서는 거울반사를 일으키는 매끄러운 표면을 바꿔주면 된다. 이것이 Anti-glare film을 파는 회사들에서 선전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부분은 호불호가 갈리고 (안티 글래어 필름을 쓰면 반짝반짝 새기계의 느낌이 사라져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안티글래어 필름보다는 강화유리를 선호한다.
첫번째 원인인 광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광원인 모니터의 밝기를 주변수준과 맞춰서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셋팅을 하더라도 주변 조명과 100% 일체감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느 모르겠지만 결국 반사형 액정만큼 장기간 사용하는데는 실패하곤 한다.. 결국 우리 눈의 광학시스템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반사광을 이용한 독서를 하는 것에 최적화 되어있는 듯 하다. 빛 방출형 액정을 사용하는 이상 주변 밝기와의 부조화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덥잖은 결론과 남은 궁금증들
이렇게 이론적으로 파고들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서 잘 적응하고 있다. 눈피로감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전자책에 관심도 없고 아이패드나 태블릿으로 다양한 문화를 즐긴다. 눈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나처럼 E ink 전자책을 이용하거나, 화면의 밝기를 낮추거나, 안티 글래어 필름을 붙이거나, 색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시덥잖은 결론이 되었지만, 이런 것들은 명확히 알고 또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정독해주신 분들은 느꼈겠지만, 글쓴이가 본문에서 구렁이 담넘은 부분이 하나 있다.
1. 빛방출형 액정은 대비를 만든다. 2 대비는 눈부심을 만든다. 3. 눈부심은 부적절한 신체반응 (안구통증과 두통)을 야기한다.
여기서 눈부심이 왜 증상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이렇게 시리즈로 글을 작성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만, 이 글의 원래 목적은, "왜 빛방출형 액정이 반사형 액정보다 눈 피로감을 야기하는가?" 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들은 빛 방출형액정을 보게되면 반사형 액정에 비해 과도한 빛을 눈안에 집어넣게 되므로 (눈부심으로 이것을 설명했다.) 눈 피로감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오래 할 때의 그 불쾌감은 눈 피로감이라기 보다는 눈 통증에 가깝다. 또한, 멀미유사현상인 조도 간 불일치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다. 사실 빛 자체가 안구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관련 논문을 하나 찾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편을 마지막으로 빛이 눈피로감 혹은 눈 통증을 초래하게 되는 기전에 대해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적다보니 이렇게 지루한 글인데 누가 이걸 다읽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수하게 제가 궁금해서 찾아본 내용이지만 재미없는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
'E book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자책과 눈 피로도 (2) - 빛의 편광과 거울반사 (0) | 2017.02.25 |
---|---|
전자책과 눈 피로도 (E ink and visual fatigue) (0) | 2017.02.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