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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언제까지 할까?

보더라인 2024. 8. 7.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를 기점으로 시작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6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기로 발전했습니다.
오늘은 이 사태의 시작과 전개 과정, 그리고 현재 상황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태의 시작: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2024년 2월 6일,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 의대 정원의 약 65% 증가를 의미하는 대규모 확대였습니다. 정부는 의사 부족 문제 해결과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전국의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서울 주요 5개 대형병원(일명 '빅5')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주목받았습니다.

사태의 전개: 신중모드에서 집단 사직으로

초기에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즉각적인 파업 등 단체행동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파업으로 인한 법적 책임과 처벌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집단행동 표명이 없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안도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이러한 '신중모드'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더욱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전공의들은 직접적인 파업 대신 집단 사직서 제출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법적 처벌을 피하면서도 강력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2월 20일경에는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사직서 수리 거부를 지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경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전공의들의 단합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처럼 전공의들은 처음에는 법적 부담 때문에 파업을 주저했지만, 결국 개별 사직이라는 형태로 그들의 의사를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파업의 법적 위험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태는 더욱 복잡하고 장기화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의료 현장의 혼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로 인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수술 취소, 진료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일부 중증 환자들의 치료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형병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을 조정하는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의료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의 태도 변화와 유화책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법적 조치나 면허 취소 등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2000명 증원을 확정시킨 후에는 유화책으로 선회했습니다.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근무 개선 조건 등을 고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업무개시명령 등을 철회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2000명 증원은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다른 조건들만 양보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대화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가 "대화하자"는 말만 반복할 뿐, 실질적인 대화 의지가 없다고 여긴 것입니다.

 

전공의들의 딜레마

사태 초기에는 전공의들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많은 전공의들이 진심으로 사직할 결심을 했지만, 일부는 단기간의 행동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태가 너무 장기화 되었고 현재 상황에서 사직을 철회하면, 그동안의 행동이 사직이 아닌 불법 파업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는 본인들의 행동이 정당성을 잃고, 파업에 대한 여러 가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은 길었지만 그 과정에서 진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증원을 원했고 의사들은 반대했습니다. 정부는 증원을 강행했고 의사들은 반대의사를 계속 표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과 전망

6개월이 지난 현재, 전공의 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여전히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의 진료 체계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에서 2인 이상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급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바꾸겠다는 말은 인건비가 최소 2배이상 폭등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은 부분적으로나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공의 사직이 처리되고 나면 사태는 더욱 봉합하기 힘들어 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냥 각자 갈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결론은 아직도 사태의 해결은 요원합니다.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고 이대로 해결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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